먼저 달력을 봅니다
생활기록부를 고쳐 달라는 문의가 학교에 도착하는 시기는 대체로 둘로 나뉩니다. 한 학년이 끝나 갈 무렵, 그리고 원서를 쓰다가 몇 해 전 기록을 다시 들여다본 순간입니다. 그런데 두 시점 사이에는 문 하나가 닫혀 있습니다.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은 학년도 종료일까지 작성을 마감하도록 하고, 그 이전의 입력 자료에 대한 정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마감 전이라면 담당 교사가 확인해 고치면 되는 일이, 마감 뒤에는 심의를 거쳐야 하는 일로 성격 자체가 바뀝니다.
그래서 순서가 분명해집니다. 무엇이 잘못 적혔는지를 따지기 전에, 그 기록이 몇 학년도의 것이고 지금이 그 학년도 안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아래 내용은 2026년 8월에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지원포털에 공개된 훈령 본문과 상담 답변을 대조해 옮겼습니다.
정정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뿐입니다
정정은 학생이 다니는, 또는 다녔던 단위학교에서만 이뤄집니다. 교육청이나 상급학교, 입학 전형을 진행하는 기관이 기록을 대신 고쳐 주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 민원을 넣어도 결국 학교로 되돌아오므로 첫 연락처는 학교 담당자입니다.
요청은 학생이나 보호자가 할 수도 있고 교사가 오류를 발견해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요청 자체에 전국 공통 서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학년도의 어느 항목이 어떻게 잘못돼 있는지를 특정해 전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실제로 손을 대는 사람도 정해져 있습니다. 훈령은 재학생이면 정정 사항을 발견한 학년도의 담임교사가, 졸업생이면 업무 담당자가 정정 처리하도록 적고 있습니다. 아무나 화면을 열어 고칠 수 없게 해 둔 이 배치가 기록의 신뢰를 지탱합니다.
객관적 증빙자료라는 말에 붙은 두 조건
마감된 기록을 다시 열려면 증빙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 자료나 되는 것은 아닙니다. 포털의 안내는 두 조건을 함께 요구합니다. 해당 학년도에 작성된 자료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기재요령에 명시된 입력 주체가 작성한 자료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두 줄이 실제로 많은 요청을 걸러 냅니다. 몇 해 지난 뒤 새로 받아 온 확인서나, 당시 작성 권한이 없던 사람이 쓴 문서는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조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기억이나 진술이 아니라 그때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종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는 방향은 과거를 향합니다. 당시의 출결 관련 서류, 대회를 주관한 기관이 그해 발급한 상장과 확인서, 담당 교사가 그 학년도에 작성한 기록물이 후보가 됩니다. 무엇이 인정될지는 학교가 판단하므로 후보를 여러 개 모아 함께 내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 제출하려는 자료에 적힌 작성 일자가 해당 학년도 안에 들어가는지 확인
- 그 자료를 만든 사람이 기재요령상 입력 주체에 해당하는지 확인
- 원본을 낼 수 없다면 발급 기관에서 재발급이 되는지 먼저 문의
- 자료가 여러 개면 무엇이 무엇을 뒷받침하는지 순서를 정리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지나야 반영됩니다
증빙자료가 모이면 그다음은 심의입니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는 단위학교에 조직되고 학교장이 위원장을 맡습니다. 위원회는 무엇이 옳은 내용인지를 새로 판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제출된 자료가 객관적인지와 정정 사유·정정 내용이 타당한지를 살피는 자리입니다.
심의를 통과하면 학교생활기록부 정정대장의 결재 절차를 따라 정정이 이뤄집니다. 기록을 조용히 덮어쓰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왜 고쳤는지를 남기는 방식입니다. 정정대장은 학기 중에는 전자문서로 관리하다가 학년도 말 처리가 끝나면 출력해 증빙자료와 함께 준영구 보관합니다.
이 대장이 학교 안에만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훈령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입학 전형을 실시하는 상급학교의 요청이 있으면 해당 학생의 정정대장을 제공할 수 있게 정합니다. 다만 본인과 가족의 질병명, 인적·학적사항의 성명·성별·주민등록번호·주소처럼 보호가 필요한 사항은 빼고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심의 없이 되는 것, 처음부터 열리지 않는 것
모든 정정이 위원회를 거치지는 않습니다. 인적·학적사항 가운데 학생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은 증빙자료만으로 정정할 수 있다고 안내됩니다. 주소나 성명 표기처럼 서류 한 장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항목까지 심의에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입력 주체의 과실이 분명한 경우를 위한 통로도 열려 있습니다. 2025년 개정으로, 서술형 항목의 영역별 기재 내용 전체가 학생 간에 동일한 경우와 학생 간에 뒤바뀐 경우, 그리고 통째로 누락된 경우 세 가지에 한해 해당 학년도의 교육활동 결과물 등을 바탕으로 정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장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과는 요건이 다릅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정정의 문제가 아닌 것들이 있습니다. 평가 결과를 다시 매겨 달라는 요청, 적힌 사실은 맞는데 표현을 바꾸고 싶다는 요청은 오기의 정정이 아니라 내용의 변경입니다. 학교폭력 조치사항처럼 삭제 요건과 심의 절차가 따로 정해진 항목도 이 절차와는 다른 길 위에 있습니다.
- 고치려는 것이 오기인지, 평가나 표현에 대한 이의인지 먼저 구분
- 인적·학적사항의 학생정보라면 심의 없이 처리되는지 학교에 문의
- 서술형 항목의 누락·중복·뒤바뀜에 해당하는지 실제 기재와 대조
졸업한 뒤에 발견했다면
졸업생의 기록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훈령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전산으로 준영구 보존하도록 하고, 졸업 후 8년 동안은 학교에서 보관한 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령에 따라 이어서 보존·관리하도록 정합니다. 그래서 몇 해가 지난 뒤에도 연락할 곳은 여전히 졸업한 학교입니다.
다만 절차의 무게는 재학 중과 다릅니다. 담임교사가 아니라 업무 담당자가 처리하고, 당시 자료를 찾아내는 부담은 요청하는 쪽에 더 실립니다. 학교가 통폐합됐다면 기록을 승계한 학교나 관할 교육지원청이 창구가 되므로, 지금의 보관처가 어디인지부터 물어야 합니다.
이 잠금장치가 번거롭게만 느껴진다면 반대편도 한 번 볼 만합니다. 학년도가 끝난 뒤에도 누구나 문장을 손볼 수 있는 문서라면, 상급학교가 그 문서를 읽고 판단할 이유도 함께 사라집니다. 정정에 증빙과 심의라는 대가를 붙여 둔 것은 그 신뢰를 유지하는 비용인 셈이고, 그 비용은 대개 그해에 만들어진 종이를 지금 찾아낼 수 있는가라는 한 줄로 청구됩니다. 규정이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을 따로 남겨 두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을 들여다보는 시점이 이를수록 손에 쥔 선택지도 넓어집니다.
한눈에 다시 보기
신청·결정 전 확인 체크리스트
- 고치려는 기록이 몇 학년도의 것인지, 지금이 그 학년도 안인지 확인
- 증빙자료의 작성 시점과 작성 주체가 두 조건을 모두 채우는지 대조
- 요청 내용을 학년도·항목·현재 기재·희망 기재 순으로 정리해 제출
-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가 필요한 항목인지 학교 담당자에게 문의
- 졸업생이라면 기록을 지금 보관 중인 학교가 어디인지 먼저 확인
확인한 공식 자료
출처와 다시 확인할 곳
-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시행 2026. 3. 1.] [교육부훈령 제555호]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지원포털
- 생활기록부 정정 및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 요청에 관한 질의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지원포털
- 학교생활기록부 —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지원포털
정정 여부는 제출된 자료를 놓고 단위학교가 판단하는 사항이라, 이 글이 특정 요청의 결과를 대신 알려 드리지는 못합니다. 훈령과 기재요령은 해마다 개정되므로 2026년 8월에 정리한 이 설명과 실제 적용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요청하기 전에 다니는 학교 또는 졸업한 학교의 담당자에게 현재 지침을 확인하세요.